담임목사 칼럼

장농속에 감추어 둔 빋음

Author
admin
Date
2015-09-0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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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이 한창이던 때 살이 애이는 추운 겨울 날, 수많은 피난민의 대열이 경기도 수원 부근을 지날 때였다.
연세 지긋한 피난민이 떨어지는 공산군의 포탄의 파편을 맞아 중상을 입고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져 신음하고 있었다.
이때 지나가던 청년이 그 모습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근처 움막으로 데려다가 며칠동안 간호를 해 주었다.
결국 그는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너무 고마운 나머지 품속에 간직해 둔 집문서와 땅문서를 청년의 손에 쥐어주었다.
"이것을 감사의 마음으로 청년에게 주고 싶네. 내가 죽거든 이 움막 옆에 묻어 주게.”
그분을 움막 옆에 땅을 파서 시신을 묻어 주고 뒤늦게 부산을 향해 피난의 길을 떠나게 되었다.

전쟁이 끝나자 온 나라가 폐허가 되어 배고프고 가난에 쪼들려 하루 한끼를 떼우는 것 조차 힘들었다.
그래도 청년은 피난민이 죽어가면서 준 재산문서를 장롱속에 고이 간직해 두었을 뿐 그 큰 유산을 상속할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었다.
청년은 장가를 들고 자식들이 장성하였으나 돈이 없어 공부도 제대로 시키지 못하고 나이들어 늙고 병들어 죽게 되자 장남에게 유언을 남기게 되었다.
“장농속에 있는 문서를 꺼내오렴.”
“이게 뭐예요?”
“이 재산문서는 내가 6.25 전쟁 때 어느 분이 죽어가면서 나에게 선물로 준거란다. 이제 내가 세상을 떠나면서 너희들에게 유산으로 나눠주마.”
재산문서를 장남의 손에 꼭 쥐어주고 세상을 떠났다.
보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재산이었다.
그런데 그 엄청난 재산문서를 보고 이미 숨진 아버지께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버지, 이런 엄청난 재산을 두고 왜 그렇게도 가난하게 살았어요? 이 엄청난 재산을 두고 왜 우리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어요?”

그분의 문제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것은 곧 우리의 문제점이다.
수많은 사람들은 축복을 받았으면서도 축복을 누릴 줄 모르고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교회 안에서 구원을 받았으면서도 구원의 감격과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은혜로 받은 구원을 장농속 깊은 곳에 간직해 두면 무얼하겠는가?
이 사람처럼 그 많은 재산의 문서를 장농속에 간직해 두면 무엇을 하겠는가?
지금 우리도 마음속 깊은 장농속에 구원의 은혜와 믿음을 간직해 두고 있지는 않는가?
그것을 내것으로 만들고, 받은 것을 누리고 살아가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